소설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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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육절기 살인사건소설 주머니/실화사건 기반 2024. 8. 24. 23:42
화성시 정남면의 겨울밤은 유난히 차갑고 고요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바람은 살을 에는 듯 날카로웠다. 날카로운 바람은 사람의 옷깃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고, 마을의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따스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이중섭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다. 중섭 씨는 자신의 낡은 코트를 더 단단히 여몄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얼굴과 손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이 시려왔다. 코트 속으로 손을 넣었지만, 거친 손끝은 이미 얼어붙은 듯 감각이 무뎌져 있었다. 신발 속 발가락마저 얼어붙어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땅바닥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고, 그의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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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이 단란주점소설 주머니/실화사건 기반 2024. 8. 24. 10:12
1998년 6월 14일, 서울의 여름은 무더웠다. 강남구 신사동,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밤하늘을 물들이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 밝은 불빛과는 대조적으로, 어느 한 골목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 골목 끝에 자리 잡은 작은 단란주점 ‘사바이’. 그곳은 번화가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 어두운 곳에서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주인 김수진에게는 이곳이 삶의 터전이었다. 여러 해 동안 힘들게 가게를 꾸려온 그녀에게, 이 주점은 그저 돈벌이가 아닌 생존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날 밤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김수진은 바쁘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술잔을 채워주며, 가게를 돌보고 있었다. 손님 중에는 단골도 많았지만, 그날 따라 조금 낯선 얼굴들도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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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사라진 아이] 3편 END.소설 주머니 2024. 8. 23. 12:05
유상훈은 대답 대신 비웃음만 남기고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치 그들의 반응을 즐기려는 듯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김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를 심문실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경찰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준과 서현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기분이었다. 유상훈의 말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더 큰 혼란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그들은 지민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 애썼지만, 도무지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김형사는 그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이준 씨, 서현 씨, 지금 유상훈의 말을 모두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지금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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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사라진 아이] 2편소설 주머니 2024. 8. 23. 12:03
이준과 서현은 경찰서에서 밤을 지새우며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고, 경찰은 밤새도록 낯선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고, 불안감이 가족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해가 떠오를 무렵, 경찰서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준은 초조한 마음으로 경찰에게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모든 것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서현은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절망을 느끼며,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때, 김형사가 피곤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는 이준과 서현을 향해 무거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준 씨, 서현 씨,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형사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들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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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사라진 아이] 1편소설 주머니 2024. 8. 23. 11:55
평범한 아침 서울 외곽의 한적한 마을, 봄기운이 가득한 아침이었다. 나무들은 연한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아침 이슬이 내려앉은 잔디 위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준은 늘 그렇듯이 출근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그의 아내, 서현은 식탁에 아침을 차려놓고 있었다. 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며 집 안을 채웠다. "지민아, 일어나라! 학교 늦겠다." 서현이 부엌에서 큰소리로 딸을 불렀다. 그러나 지민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서현은 딸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덮인 이불을 걷어 올렸다. "엄마, 조금만 더..." 지민이 졸린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이불 속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서현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얼른 일어나. 오늘 새로운 운동화 신고 가야지." 그 말에 지민의 눈이 번쩍 ..